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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 조금 불편하거나 목소리가 살짝 잠겨도 "그냥 감기겠지" 하고 넘긴 적, 저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신호가 갑상선 질환의 초기 증상일 수 있다는 걸, 가정의학과 전문의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제대로 실감했습니다. 갑상선기능항진증과 저하증, 그리고 우리나라 여성에게 특히 흔한 갑상선암까지, 이번 글에서 제가 직접 공부하며 느낀 점을 솔직하게 풀어 봤습니다.
항진증 vs 저하증, 정반대 신호를 몸이 보내고 있었다
저는 한동안 이유 없이 가슴이 두근거리는 날이 있었습니다.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셔서 그런가 싶었고, 며칠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하고 흘려보냈습니다. 그런데 이게 갑상선기능항진증(Hyperthyroidism)의 대표 증상 중 하나일 수 있다는 걸 알고는 조금 뜨끔했습니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이란 갑상선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어 신진대사 전체가 필요 이상으로 빠르게 돌아가는 상태를 말합니다.
항진증이 생기면 심장 박동수가 눈에 띄게 늘고, 잘 먹어도 체중이 줄며, 더위를 못 참게 됩니다. 배변 횟수가 잦아지거나 손가락이 파르르 떨리는 미세진전(Fine Tremor), 즉 손을 뻗었을 때 손끝이 가늘게 떨리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항진증과 달리 갑상선기능저하증(Hypothyroidism)은 호르몬 분비가 줄어 신진대사가 느려지는 상태입니다.
저하증의 증상은 항진증과 거의 정반대입니다. 식욕이 없는데도 체중이 늘고, 몸이 붓고, 추위를 심하게 타며 변비가 생깁니다. 피부가 유독 건조해지거나 극심한 피로감이 지속된다면 저하증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두 질환 모두 혈액검사로 갑상선자극호르몬(TSH) 수치를 확인하면 어느 방향으로 이상이 생겼는지 비교적 빠르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TSH란 뇌하수체에서 분비되어 갑상선의 호르몬 생산을 조절하는 신호 물질로, 이 수치 하나가 올라가 있는지 내려가 있는지로 항진과 저하를 구분합니다.
- 갑상선기능항진증: 심계항진, 체중 감소, 더위를 많이 탐, 손 떨림, 빈번한 배변
- 갑상선기능저하증: 체중 증가, 부종, 추위를 많이 탐, 변비, 피부 건조
- 두 질환 공통: 극심한 피로감, 반드시 혈액검사(TSH 수치 확인) 필요
갑상선암, 초기엔 아무 신호도 없다는 것이 가장 무서웠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암이라면 당연히 뭔가 뚜렷한 신호가 먼저 올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갑상선암은 초기에 거의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실제로 많은 분들이 건강검진 도중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받다가 우연히 결절(갑상선 조직 내에 생기는 혹 같은 덩어리)을 발견하고, 그 중 일부가 암으로 확인되는 과정을 거칩니다.
갑상선암은 국내에서 위암 다음으로 발생 빈도가 높은 암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여성에게 남성보다 3~4배 더 많이 발생합니다(출처: 국가암정보센터). 초기에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이 99%에 달하지만, 4기에 접어들면 이 수치가 40%까지 떨어진다는 사실은 상당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조기 발견이 치료 결과를 얼마나 크게 바꾸는지를 보여주는 숫자입니다.
증상이 나타나는 단계라면 이미 어느 정도 진행된 경우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목에 단단한 혹이 만져지는데 주변 조직에 딱 붙어 움직이지 않거나, 목소리가 갑자기 쉬거나, 음식을 삼킬 때 이물감이 지속되거나, 심한 경우 호흡 곤란까지 온다면 빠르게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물론 이런 증상이 있다고 해서 모두 암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결절의 5~10% 정도가 악성으로 확인된다고 알려져 있어서, 결절이 발견되면 추적 관찰이나 세침흡인세포검사(FNA, 가는 바늘로 세포를 채취해 악성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를 통해 정밀하게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검진 항목에 없어도, 갑상선 초음파는 한 번쯤 챙겨볼 만합니다
제가 직접 건강검진표를 들여다본 적이 있는데,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공하는 일반 건강검진 항목에는 갑상선 초음파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복부 초음파는 특정 나이 이상에서 지원되지만, 갑상선 초음파는 본인이 따로 비용을 내고 선택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굳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갑상선 초음파는 검사 자체가 간단합니다. 누운 채로 목 부위에 탐촉자를 대기만 하면 수 분 안에 갑상선 구조가 선명하게 보입니다. 침습적인 과정이 전혀 없고 방사선 노출도 없어서 부담이 적은 편입니다. 제 경험상, 건강검진에서 기본 항목만 확인하고 나오면 어딘가 찜찜한 느낌이 남더라고요. 특히 목에 뭔가 걸리는 느낌이 반복되거나 가족 중에 갑상선 질환이 있다면, 자비를 들이더라도 한 번쯤 갑상선 초음파를 챙겨보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번에 느낀 가장 큰 교훈은 "몸의 신호를 무조건 며칠 지나면 낫겠지로 흘려보내지 말자"는 것이었습니다. 목소리 변화나 삼키기 불편함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단순한 피로나 감기가 원인이 아닐 수 있습니다. 특정 증상 하나만으로 병을 단정 짓는 것은 오히려 불필요한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중요한 건 증상이 반복되거나 오래 지속될 때 의료기관에서 정확하게 확인하는 것, 그 한 걸음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갑상선기능항진증이랑 저하증은 혈액검사 한 번으로 바로 알 수 있나요?
A. 네, 혈액검사로 TSH(갑상선자극호르몬) 수치를 확인하면 항진과 저하 방향은 비교적 빠르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다만 원인까지 정확히 파악하려면 갑상선 초음파나 추가 항체 검사가 함께 필요한 경우도 많습니다. 증상이 의심된다면 혈액검사부터 시작하는 것이 첫 번째 단계입니다.
Q. 목에 혹이 만져지면 바로 갑상선암을 의심해야 하나요?
A. 목에 혹이 만져진다고 해서 무조건 암은 아닙니다. 갑상선 결절의 약 5~10% 정도만 악성으로 확인됩니다. 다만 혹이 딱딱하고 주변 조직에 붙어 움직이지 않거나, 크기가 빠르게 커지거나, 목소리 변화나 삼키기 어려움이 동반된다면 빠르게 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걱정만 키우기보단 확인이 먼저입니다.
Q. 갑상선 초음파, 얼마나 자주 받아야 하나요?
A. 특별한 증상이 없는 일반인이라면 1~2년에 한 번 정도를 권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 이미 결절이 발견된 경우라면 담당 의사의 판단에 따라 6개월~1년 간격으로 추적 관찰을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가족 중 갑상선 질환 병력이 있다면 조금 더 일찍, 더 자주 챙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Q. 갑상선 기능 저하증인데 살이 찌는 건 어쩔 수 없나요?
A.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인한 체중 증가는 호르몬 수치가 정상화되면 상당 부분 개선됩니다. 갑상선 호르몬 보충 치료를 통해 TSH 수치를 정상 범위로 유지하는 것이 우선이고, 그 이후 식이 조절과 운동을 병행하면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치료 없이 식단만으로 해결하려 하면 몸에 부담이 커질 수 있으니 반드시 의료기관에서 진단을 먼저 받으시기 바랍니다.
결론
갑상선이라는 기관이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문제를 드러낼 수 있다는 것, 이번에 제대로 실감했습니다. 항진증과 저하증의 증상은 정반대처럼 보이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둘 다 초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다는 것입니다. 가슴이 두근거리면 커피 탓, 몸이 붓고 피곤하면 피로 탓으로 돌리기 십상이죠. 저도 그랬으니까요.
갑상선암은 조기 발견만 된다면 5년 생존율 99%에 달하는 완치 가능성이 높은 암입니다. 갑상선 초음파 검사 한 번으로 이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면, 그 시간과 비용은 충분히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몸에서 평소와 다른 신호가 반복된다면, 그냥 넘기지 말고 한 번쯤 가정의학과나 내분비내과를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특정 증상 하나로 스스로 병을 단정하기보다는, 전문가에게 확인받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