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지에 피가 묻어날 때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그런데 며칠씩 변비로 고생하다 겨우 볼일을 마치고 나면 항문이 찢기는 듯한 통증이 반복됐고, 어느 날 씻다가 항문 쪽에서 뭔가 만져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때서야 직감했습니다. 이건 그냥 넘길 문제가 아니라고. 항문외과에서 받은 진단은 치핵(치질)이었고, 그 뒤로 수술 대신 좌욕과 배변 훈련으로 관리하면서 알게 된 것들을 정리해 봤습니다.치핵 원인, 제대로 알아야 잡을 수 있습니다치핵(痔核)이란 항문 주위의 정맥총(venous plexus), 즉 정맥들이 모여 있는 혈관 다발이 복압에 의해 늘어나고, 그 안에 혈액이 정체·응고되면서 염증과 조직 증식이 동반된 상태입니다. 쉽게 말해, 항문 안팎으로 혈관이 부풀어 오른 혹이 생기는 것입니다. 말랑..
저도 처음엔 그냥 제 피부가 유독 예민한 탓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모기에 물리면 손가락이 탱탱 부어서 접히지도 않고, 심할 때는 물집까지 생겨 병원 약을 타 먹을 정도였는데도요. 그게 모기 알레르기, 정확히는 '스키터 증후군'이라는 이름을 가진 엄연한 의학적 반응이라는 걸 저는 아이를 키우면서야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스키터 증후군이란 무엇인가 — 모기 알레르기, 그냥 예민한 체질이 아닙니다모기에 물렸을 때 가렵고 붓는 건 누구나 겪는 일이라, 유독 심하게 붓는 분들도 "체질이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고요.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고 첫 여름이 찾아왔을 때, 저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자고 일어나니 저는 멀쩡한데 아이 눈두덩이에 모기가 두 방이나 물어 놓은 겁니다..
손발에 좁쌀만 한 투명한 물집이 송골송골 올라오는 한포진은 급성 습진의 일종으로, 극심한 가려움증과 함께 만성적으로 재발하는 피부 질환입니다. 저도 고등학생 때 처음 이 증상을 겪었는데, 그때는 한포진이라는 이름조차 몰랐고 그냥 습진이겠거니 하며 손가락을 바늘로 톡톡 터트린 게 오히려 상황을 크게 악화시켰습니다. 직접 겪어보고, 병원을 오가며 배운 것들을 여기에 솔직하게 풀어봅니다.한포진 증상, 처음엔 그냥 습진인 줄 알았습니다처음 손가락에 물집이 한두 개 생겼을 때는 정말 별거 아닌 줄 알았습니다. 좁쌀만 하고 투명한 게 딱히 아프지도 않았거든요. 그래서 바늘로 터트렸는데,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며칠이 지나자 물집은 손가락 한 마디에서 전체로 번졌고, 개구리알처럼 촘촘하게 올라온 모습이 너무 징그럽고 ..
씻어도 없어지지 않는 귀 뒤 냄새, 혹시 경험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도 처음엔 그냥 세정이 덜 됐나 싶어서 더 꼼꼼히 씻었는데, 어느 날 귀 뒤를 만지다가 딱딱한 멍울이 잡혔습니다. 여드름인 줄 알고 방치했다가 결국 노란 액체가 줄줄 흐르는 경험을 한 뒤에야, 이게 그냥 여드름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게 바로 피지낭종이었습니다.귀 뒤에서 냄새가 난다면? 피지낭종의 발생원인저는 얼굴은 수분이 부족해서 매일 보습에 신경을 쓰는 악건성 피부입니다. 그런데 같은 몸이면서 귀 뒤쪽에는 피지낭종이 생겼다는 사실이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부위마다 피지 분비량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게 꽤 당혹스러웠습니다.피지낭종(Epidermal Cyst), 또는 표피낭종이라고도 부릅니다. 여기서 표피낭종이란,..
몇 해 전 여름, 회사 식당에서 동료들과 점심을 먹고 나서 그날 오후를 통째로 화장실에서 보낸 적이 있습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니라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동료 전원이 똑같은 상황이었고, 결국 다 같이 병원에 실려 가다시피 했죠. 그때 처음으로 식중독이 얼마나 갑작스럽고 고통스러운 질환인지 몸으로 깨달았습니다. 8~9월 두 달 동안 연간 식중독 환자의 약 절반이 집중된다는 사실, 미리 알고 대비했다면 어땠을까 지금도 가끔 생각합니다.단체 식중독을 겪고 나서야 알게 된 원인균의 정체그날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이 "아마 살모넬라균이나 포도상구균 쪽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을 때, 저는 그게 뭔지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식중독이라는 말은 익숙했지만, 원인균이 이렇게 종류별로 나뉜다는 건 그날 처음 제대로 들었습니..
땀이 줄줄 흐르는 한여름, "땀이 많이 나는 게 더 위험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저는 정반대 상황에서 크게 놀란 적이 있습니다. 오히려 땀이 멈췄을 때, 얼굴이 토마토처럼 빨개졌을 때가 진짜 위기였습니다. 일사병과 열사병, 이 두 가지는 이름은 비슷하지만 생사를 가를 수도 있는 전혀 다른 질환입니다.일사병과 열사병, 뭐가 다른가일사병(heat exhaustion)이라는 말, 흔히 "더위를 먹었다"고 표현하죠. 저도 그게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일사병과 열사병은 같은 온열 질환 계열이면서도 위험도가 극단적으로 다릅니다. 실제로 이 둘의 차이를 제대로 알고 있었다면, 저 역시 그날 더 빠르게 움직였을 겁니다.일사병은 강한 햇빛 아래 오랜 시간 노출되어 과도한 발한(發汗), 즉 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