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한국은 대장암 발병률 세계 1위입니다. 이 수치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좀 멍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른 건 대장암 자체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 "그 검사 전날 약 먹는 게 너무 힘들다던데"라는 주변의 말이었습니다. 두려움의 방향이 완전히 엇나가 있었던 것이죠.
발병률 세계 1위, 그런데 왜 젊은 사람도 걸릴까
일반적으로 대장암은 노인성 질환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관련 정보를 찾아보면서 느낀 건 그 인식이 조금씩 틀려가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매년 발표하는 글로벌 암 통계에서 한국은 대장암 발병률 1위를 기록하고 있고, 특히 30~40대 젊은 층에서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입니다(출처: WHO 대장암 팩트시트).
이유가 딱 하나가 아닌 게 문제입니다. 회식 중심의 문화, 운동 부족, 흡연과 음주, 거기에 빠르게 서구화된 식습관까지 겹칩니다. 저도 앉아서 일하는 시간이 긴 편이고 식이섬유 섭취는 턱없이 부족한 날이 많아서,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남 얘기 같지 않았습니다.
대장암은 선종성 용종(adenomatous polyp)에서 시작됩니다. 여기서 선종성 용종이란 대장 점막에서 자라는 양성 혹으로, 그 자체로는 암이 아니지만 방치하면 평균 5~10년에 걸쳐 악성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용종 단계에서 제거하면 대장암은 사실상 예방이 가능한 암입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정기 검진의 의미가 달라 보였습니다.
- 서구화된 식습관(고지방·저섬유질 식단)이 대장 환경을 악화시킵니다
- 장시간 좌식 생활과 운동 부족은 대장 운동성을 떨어뜨립니다
- 흡연과 음주는 대장 점막에 직접적인 자극을 줍니다
- 유전적 요인도 있으나,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위험을 낮출 수 있습니다
'증상이 없을 때' 검진해야 한다
저는 배가 좀 이상하다 싶으면 "어제 뭘 잘못 먹었나" 하고 넘기는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사실 꽤 위험한 습관일 수 있다는 걸 이번에 다시 확인했습니다.
혈변, 잦은 설사나 변비, 후중감(변을 봤는데도 또 보고 싶은 느낌), 점액변, 체중 감소 같은 증상들이 대장암과 연결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이런 증상들은 비특이적(non-specific)입니다. 비특이적이란 어떤 특정 질환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기능성 장 질환이나 일반 소화 불량, 치질 등 여러 원인에서도 생길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혈변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대장암을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문제는 반대 방향입니다. 증상이 없으니 괜찮다고 안심하는 것이 더 위험합니다. 대장암은 초기에 눈에 띄는 신호를 거의 보내지 않습니다.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날 때는 이미 대장 내강을 막을 만큼 암이 자란 경우가 많습니다. 대장 폐쇄가 생기면 음식이 쌓이고, 풍선처럼 팽창하다가 천공(perforation), 즉 장벽에 구멍이 뚫리는 상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천공이 생기면 장내 세균이 복강으로 쏟아져 복막염이 되고, 복막은 흡수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균이 혈류로 유입되는 패혈증(sepsis)으로 급격히 악화됩니다. 여기서 패혈증이란 세균이 혈액을 타고 전신으로 퍼지는 상태로, 수시간 내에 생명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증상이 나타난 다음에 병원 갈 이유를 찾는 것과, 증상이 없을 때 미리 확인하러 가는 것은 심리적으로 완전히 다른 출발점입니다. 후자가 훨씬 어렵지만, 그게 맞는 방향입니다. 한두 달 전과 비교해 배변 습관이 달라졌다면 그게 지속된다면 그냥 넘기지 말고 일단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대장내시경, 두려움보다 용종제거가 먼저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대장내시경이라고 하면 검사 결과가 나쁠까 봐 두렵다기보다, 전날 장 정결제를 마셔야 한다는 것 자체가 더 큰 장벽이었습니다. 주변에서 "4리터를 마셨다", "화장실을 밤새 들락거렸다"는 이야기를 워낙 많이 들어서요.
그런데 최근에는 장 정결제(bowel prep solution)의 용량이 크게 줄었습니다. 장 정결제란 내시경 전 대장 안을 깨끗하게 비우기 위해 마시는 약물로, 과거에는 4L가 표준이었지만 지금은 1L, 500mL, 심지어 알약 형태까지 나와 있습니다. 제가 직접 확인한 건 아니지만 지인들 이야기로는 예전보다 훨씬 수월해졌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대장내시경의 진짜 가치는 검사만 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1cm 이하의 용종은 검사 도중 점막절제술(EMR)로 바로 제거할 수 있습니다. 점막절제술이란 내시경 기구를 이용해 점막층에 있는 병변을 절제하는 시술로, 수술 없이 용종을 없앨 수 있다는 점에서 예방과 치료를 동시에 수행하는 셈입니다. 2cm 이상의 큰 용종은 점막하 절제술(ESD)이 필요한데, 이 경우 1~2시간이 걸리고 별도로 일정을 잡아야 합니다.
국가암검진 프로그램에 따르면 50세 이후에는 분변잠혈검사를 1~2년마다 무료로 받을 수 있고,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대장내시경을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출처: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대한대장항문학회는 최근 권고안에서 45세부터 5년에 한 번 대장내시경을 받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가족 중 대장암 환자가 있다면 더 이른 시기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30~40대라도 정상 확인 차원에서 한 번쯤 받아보는 것이 오히려 불필요한 걱정을 없애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내시경 전날에는 씨앗 있는 과일, 현미, 껍질 있는 곡식은 피하고 부드러운 죽 형태로 식사하는 것이 좋습니다. 장 정결 과정에서 탈수가 올 수 있으니 물은 충분히 마시되, 신장이나 간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야 합니다. 검사 후 용종을 절제했다면 하루이틀은 자극적인 음식과 음주를 삼가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혈변이 있으면 대장암인가요?
A. 혈변이 곧 대장암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혈변하면 대장암부터 떠올리는 분이 많은데, 실제로는 치질이나 항문 열상, 게실염 같은 원인이 훨씬 더 흔합니다. 다만 혈변이 반복되거나 검붉은 색의 변이 지속된다면 나이와 가족력을 고려해 전문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Q. 대장내시경 전날 뭘 먹어야 하나요?
A. 씨앗이 있는 과일, 현미, 껍질이 있는 곡식류는 피하고 부드러운 죽이나 흰밥 위주로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이물질이 대장 점막에 남아 있으면 내시경 시야를 방해하고 기구가 막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은 충분히 드시되, 신장이나 간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의사와 먼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Q. 증상이 없는데도 대장내시경을 받아야 하나요?
A. 네, 오히려 증상이 없을 때 받는 것이 핵심입니다. 증상이 나타날 때는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증상 없이 발견된 1~2기 대장암은 완치율이 80~90%에 달합니다. 대한대장항문학회는 45세부터 5년에 한 번 대장내시경을 권고하고 있으며, 가족력이 있다면 더 일찍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용종이 발견되면 바로 제거하나요?
A. 1cm 이하의 용종은 대부분 검사 당일 점막절제술로 바로 제거합니다. 2cm 이상의 큰 용종은 환자 상태와 동의를 확인한 뒤 별도 일정으로 점막하절제술을 진행하게 되며, 이 경우 1~2시간이 소요됩니다. 용종을 제거한 뒤에는 하루이틀간 부드러운 식사와 음주 자제가 필요합니다.
Q. 국가 건강검진으로 대장내시경을 무료로 받을 수 있나요?
A. 50세 이후에는 국가암검진 프로그램을 통해 분변잠혈검사를 1~2년마다 무료로 받을 수 있고, 이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대장내시경도 무료로 연결됩니다. 다만 분변잠혈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다고 해서 100% 안심할 수는 없으므로, 개인 위험도에 따라 주치의와 상담해 직접 내시경을 받는 것도 고려해볼 만합니다.
결론
이번에 관련 정보를 정리하면서 제가 가장 크게 바꾼 생각은 이겁니다. 검진은 무서운 결과를 확인하러 가는 자리가 아니라, 아직 괜찮을 때 안심을 확인하러 가는 자리라는 것입니다. 대장내시경 전날의 불편함은 실재하지만, 그 불편함을 이유로 몇 년을 미루는 것과 비교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모든 복통이나 혈변이 대장암은 아닙니다. 그러나 증상이 없다고 해서 괜찮은 것도 아닙니다. 자신의 나이, 가족력, 생활습관을 먼저 점검하고, 45세 이상이라면 올해 대장내시경 일정을 잡아보는 것을 권해 드립니다. 저도 이 글을 쓰면서 예약을 먼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