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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저는 매년 이맘때가 되면 괜히 긴장이 됩니다. 그런데 올해는 평소보다 더 일찍 긴장이 찾아왔습니다. 독감 유행 주의보가 예년보다 두 달가량 빠르게 발령됐고, 코로나19까지 동시에 증가세를 보이는 이른바 트윈데믹 상황이 현실이 됐기 때문입니다. 아직 백신 접종도 시작 전인 지금, 부모 입장에서 뭘 알고 뭘 챙겨야 할지 정리해봤습니다.
독감 유행, 올해는 왜 이렇게 빠른가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9월 초만 해도 "슬슬 조심해야지" 정도였는데, 질병관리청이 9월 11일 0시를 기점으로 인플루엔자 유행 주의보를 공식 발령했습니다. 유행 주의보란, 독감이 산발적으로 나타나는 수준을 넘어 지역 사회에서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는 공식 신호입니다. 쉽게 말해 "이제부터는 진짜다"는 의미입니다.
수치를 보면 상황이 더 실감납니다. 표본 감시란 전국 의료기관 표본을 정해두고 의심 환자 비율을 추적하는 감시 체계인데, 지난주 기준으로 외래 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의심 환자가 25.3명이었습니다. 이번 절기 유행 기준선인 12.9명의 두 배를 훌쩍 넘긴 수치입니다(출처: 질병관리청). 4주 전과 비교하면 세 배,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네 배 수준입니다. 유행이 빠른 것도 문제지만, 증가 속도 자체가 가파르다는 게 더 걱정스러운 부분입니다.
원인은 하나로 딱 잘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독감 유행이 거의 없었다가 2023년부터 다시 유행이 재개되면서 해마다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백신 접종률이 조금씩 떨어지는 경향도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차갑고 건조한 공기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활성도를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 환절기 날씨도 한몫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유행을 주도하는 바이러스는 A형 인플루엔자 H1N1, 즉 2009년에 신종플루라 불렸던 바이러스가 전체의 99%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H1N1이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표면의 단백질 종류를 나타내는 분류 방식으로, 2009년 세계적 대유행을 일으킨 바이러스 유형입니다. 소규모 유전자 변이 여부는 아직 분석 중이라고 합니다.
제가 특히 신경이 쓰인 부분은 7~12세 어린이 연령대의 발생률이었습니다. 1,000명당 75.1명으로, 전체 평균의 세 배에 가까운 수치입니다. 어린이집이나 학교처럼 밀접 접촉이 잦고 환기가 어려운 환경에서 비말 전파가 쉽게 일어나는 데다, 개인위생 준수율이 성인보다 낮다는 점이 주된 이유로 꼽힙니다. 제 딸아이가 딱 그 나이대라는 걸 생각하니 괜히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 유행 주의보 기준(1,000명당 12.9명)의 2배 초과 — 현재 25.3명
- 4주 만에 환자 수 3배 증가, 작년 동기 대비 4배 수준
- 7~12세 어린이 발생률이 전체 평균의 약 3배로 가장 높음
- 유행 바이러스는 A형 H1N1(신종플루형)이 99% 차지
- 국가 예방접종 시작일은 9월 21일부터 연령별로 순차적 접종
트윈데믹과 실제 대처법, 부모로서 느낀 것
제가 직접 겪어보니, 아이가 아플 때 가장 당황스러운 순간은 "이게 감기인지 독감인지 코로나인지"를 모를 때입니다. 증상이 너무 비슷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독감과 일반 감기를 구분하는 핵심 포인트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일반 감기는 서서히 진행되지만, 인플루엔자는 38~39도가 넘는 고열이 갑작스럽게 시작되면서 온몸이 쑤시고 머리가 깨질 듯 아프다는 증상이 매우 빠르게 나타납니다. 어제 저녁까지 멀쩡하던 아이가 오늘 아침 갑자기 쓰러지듯 아픈 경우라면 독감을 먼저 의심해야 합니다.
올해는 코로나19까지 동시에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트윈데믹이란 두 가지 감염병이 같은 시기에 동시에 유행하는 상황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코로나19 입원 환자 수가 4주 만에 15~20명 수준에서 193명까지 늘어났다는 수치는 생각보다 꽤 큰 폭의 증가입니다(출처: 질병관리청). 코로나19 증상도 발열, 인후통, 기침, 콧물 등으로 독감과 비슷하지만, 독감 쪽이 증상 시작이 더 급격하고 강도가 세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백신 접종은 10월 12일부터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국가 예방접종이 시작됩니다. 문제는 백신을 맞더라도 항체 형성까지 약 2~3주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그러니 실질적인 보호 공백은 지금부터 약 두 달이라고 봐야 합니다. 항바이러스제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복제를 억제해 증상을 빠르게 완화하고 중증 진행을 막는 치료 약물입니다. 타미플루처럼 하루 두 번 5일간 복용하는 경구 항바이러스제와, 한 번 주사로 끝내는 주사제 두 가지가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증상 발생 후 48시간 이내, 가능하면 24시간 이내에 복용을 시작해야 효과가 가장 크다고 강조합니다.
제 경험상, 아이가 아플 때 "좀 더 지켜보자"는 마음이 제일 위험할 때가 있습니다. 항바이러스제를 먹였는데도 48~72시간 안에 열이 떨어지지 않거나, 호흡 곤란이 생기거나, 아이가 축 처지는 기색이 보이면 집에서 기다리지 말고 바로 병원을 가야 합니다. 인플루엔자의 합병증으로는 폐렴이 가장 흔하고, 드물게는 심근염(심장에 염증이 생기는 상태), 뇌염, 횡문근융해증(근육 세포가 파괴돼 독성 물질이 혈류로 나오는 상태)까지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런 중증 합병증은 초기에 빠르게 대처할수록 예후가 좋습니다.
공백기 동안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예방은 손 씻기, 마스크 착용, 기침 예절 이 세 가지입니다. KF94 같은 고성능 마스크가 아닌 일반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 모두 전파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너무 단순하게 들릴 수 있지만, 저는 이게 결국 가장 확실하고 꾸준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독감 백신 맞았는데 독감에 걸릴 수도 있나요?
A. 네, 걸릴 수 있습니다. 독감 백신의 목표는 감염 자체를 100% 차단하는 게 아니라, 입원이나 중증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는 데 있습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백신 접종 시 입원·중증 예방 효과가 70~80% 이상에 달하므로, 백신을 맞고도 걸렸다고 실망하기보다는 중한 상황을 피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Q. 독감 백신이랑 코로나 백신 같이 맞아도 되나요?
A. 됩니다. 질병관리청을 포함해 전 세계 보건 당국이 인플루엔자 백신과 코로나19 백신의 동시 접종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효과와 안전성 모두 문제없다는 게 공식 입장입니다. 두 번 병원을 방문할 필요 없이 한 번에 맞을 수 있으니 접종 편의 면에서도 유리합니다.
Q. 아이가 독감에 걸렸는데 열이 내리면 어린이집 보내도 되나요?
A. 열이 떨어졌더라도 기침이나 콧물 같은 호흡기 증상이 남아 있다면 아직 전파력이 있을 수 있습니다. 호흡기 증상이 완전히 사라진 후 등원시키는 게 가장 안전하고, 다른 아이들을 위해서도 그게 맞습니다. 제 경우도 아이가 "좀 괜찮아 보인다" 싶어도 콧물이 남아 있으면 하루 이틀 더 쉬게 합니다.
Q. 일반 마스크도 독감 예방에 효과가 있나요?
A. 네, 효과 있습니다. 인플루엔자는 KF94 같은 고성능 마스크가 아닌 일반 마스크만 착용해도 상당 부분 예방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코로나19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말을 막는 것만으로도 전파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이 많은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습관이 지금 시기에 특히 중요합니다.
결론
이번 내용을 찾아보면서 제가 다시 느낀 건, 감염병은 미리 알고 있는 것과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의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는 점입니다.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나도 "독감은 갑작스럽고 강하게 온다"는 걸 알고 있으면 당황하지 않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아무것도 모른 채 "그냥 감기겠지" 하고 하루를 흘려보내면 항바이러스제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습니다.
완전히 독감을 피하면서 생활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특히 아이가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다니고 있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손 씻기를 더 철저히 챙기고, 외출 시 마스크를 다시 꺼내고, 아이의 아침 상태를 평소보다 조금 더 유심히 살피는 것. 그리고 국가 예방접종이 시작되면 바로 맞히는 것. 소박해 보이지만 이게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