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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가 손이 저려서 깨본 적 있으신가요? 저도 처음엔 그냥 자세 탓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손목 몇 번 돌리면 금방 풀리니까요. 그런데 이게 점점 잦아지고, 컵을 들다가 손에서 힘이 빠져 놓쳐버리는 일까지 생기면서 단순한 피로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손목터널증후군, 남의 얘기인 줄만 알았는데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었습니다.
손목터널증후군 자가진단 — 이 증상이 반복된다면 신호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손목터널증후군이라고 하면 뭔가 확 아파야 할 것 같은데, 실제로는 굉장히 슬금슬금 옵니다. 저의 경우도 처음엔 자다가 손이 저려 깨는 일이 한 달에 한두 번 정도였습니다. 그냥 자세를 잘못 잡았나 싶어서 손목을 돌리고 다시 잠들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 빈도가 눈에 띄게 늘기 시작했고, 물을 마시려고 컵을 집어 들다가 손에서 힘이 빠지는 느낌을 받은 순간에서야 "이건 그냥 피로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목 안쪽의 좁은 통로인 수근관(手根管), 즉 손목터널에서 정중신경(正中神經)이 눌려 발생합니다. 여기서 정중신경이란 엄지·검지·중지·약지 절반 등 손바닥 쪽 감각과 일부 손가락 근육 운동을 담당하는 신경입니다. 이 신경이 압박을 받으면 해당 부위에 저림, 감각 저하, 통증이 나타나게 됩니다. 흔히 새끼손가락은 멀쩡한데 엄지·검지·중지가 저리다면 손목터널증후군을 먼저 의심해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병원에서 활용하는 대표적인 임상 검사로 팔렌 검사(Phalen's test)가 있습니다. 팔렌 검사란 손목을 90도로 구부린 상태로 1분간 유지했을 때 저림이나 감각 둔화가 나타나는지 확인하는 방법입니다. 또 하나는 틴넬 징후 검사(Tinel's sign test)로, 손목 앞쪽을 가볍게 두드렸을 때 손가락 끝까지 찌릿한 전류 같은 느낌이 전달되면 양성으로 판단합니다. 저는 팔렌 검사를 집에서 혼자 해봤는데, 1분도 안 되어 중지 쪽이 묵직하게 저려오더군요. 물론 최종 확인은 신경전도 검사나 초음파 검사처럼 의료기관에서의 정밀 검사가 필요합니다.
아래 증상 중 두 가지 이상 해당된다면, 그냥 넘기지 말고 전문가 진단을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 밤에 손이 저려서 잠에서 깨고, 손목을 흔들거나 돌려야 가라앉는다
- 엄지·검지·중지가 저리거나 타는 듯한 느낌이 반복된다
- 컵이나 물건을 집을 때 손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거나, 쥐는 힘이 예전보다 약해졌다
- 손가락이 뻣뻣하고 굳는 것 같은 느낌, 혹은 찌릿한 감각이 하루에도 여러 번 반복된다
- 컴퓨터 사용이나 집안일이 많은 날에 유독 손이 무겁고 감각이 이상하게 느껴진다

예방법과 치료법 — 작은 습관이 수술을 막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주변에서 "손목 좀 쉬면 낫는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정말 가벼운 초기 단계라면 그 말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저도 조금 쉬면 그때그때는 괜찮아지는 것 같았으니까요. 하지만 그 "괜찮아진 것 같은" 상태가 증상이 사라진 게 아니라 잠시 잦아든 것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국립보건원(NIH) 자료에 따르면 손목터널증후군은 방치 시 정중신경의 영구적인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조기 개입이 예후를 크게 좌우합니다.
예방의 핵심은 횡수근인대(橫手根靭帶)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이는 것입니다. 횡수근인대란 손목터널의 천장 역할을 하는 두꺼운 결합 조직으로, 이 인대가 두꺼워지거나 주변 조직이 부으면 터널 안의 정중신경이 눌리게 됩니다. 키보드나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손목을 꺾어서 쓰는 자세는 이 터널의 단면적을 줄여 압박을 직접적으로 높입니다. 저도 스마트폰을 한 손으로 쥐고 엄지로만 타이핑하다 보면 손목이 안쪽으로 많이 꺾이는데, 이 자세가 꽤 위험하다는 걸 제대로 알고 난 뒤로는 의식적으로 고치려 하고 있습니다.
증상이 이미 시작됐다면 비수술적 치료부터 단계적으로 접근합니다. 가장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방법은 손목 보호대(wrist splint)를 착용하는 것인데, 특히 수면 중에 착용하면 무의식 중에 손목이 꺾이는 것을 막아줍니다. 저도 수면 중 저림이 잦아진 이후로 야간 보호대 착용을 시작했는데, 착용하고 자는 날과 안 하는 날의 차이를 꽤 뚜렷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그 외에 소염 진통제나 스테로이드 주사로 염증을 줄이는 방법도 있고, 이런 치료들로도 개선이 없을 경우 손목터널 감압술을 고려하게 됩니다. 손목터널 감압술이란 국소 마취 후 횡수근인대를 절개해 신경 압박을 해소하는 수술로, 회복 기간은 보통 2주에서 4주 내외입니다.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예방 루틴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30분마다 한 번씩 손목을 양방향으로 가볍게 돌리거나, 손등을 반대 손으로 지그시 밀어주는 신전 운동(extension exercise)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기서 신전 운동이란 수축된 방향과 반대로 근육과 인대를 늘려주는 동작으로, 손목터널 내 압력을 일시적으로 낮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스마트폰은 양손으로 나눠 쓰거나 음성 입력을 활용하면 손목 부담을 확실히 줄일 수 있습니다.
저처럼 "조금 쉬면 괜찮아지겠지" 하며 넘겼다가 어느 순간 증상이 일상을 건드리기 시작하면 그때는 이미 꽤 진행된 경우가 많습니다. 가볍게 한 번씩 오는 저림이라면 습관 교정과 스트레칭으로 충분히 관리할 수 있지만, 수면을 방해할 정도로 빈번해지거나 손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면 그건 몸이 보내는 분명한 신호입니다. 전문의 진단을 받는 것을 너무 크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신경전도 검사 한 번으로 현재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고, 거기서부터 치료 방향이 명확해집니다.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으면서 손목을 한 번 90도로 구부려 보세요. 1분 안에 저림이 온다면, 그때는 정말 진지하게 병원을 고려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