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에 좁쌀만 한 투명한 물집이 송골송골 올라오는 한포진은 급성 습진의 일종으로, 극심한 가려움증과 함께 만성적으로 재발하는 피부 질환입니다. 저도 고등학생 때 처음 이 증상을 겪었는데, 그때는 한포진이라는 이름조차 몰랐고 그냥 습진이겠거니 하며 손가락의 물집들을 바늘로 톡톡 터트린 게 오히려 상황을 크게 악화시켰습니다. 직접 겪어보고, 병원을 오가며 배운 것들을 여기에 솔직하게 풀어봅니다.한포진 증상, 처음엔 그냥 습진인 줄 알았습니다처음 손가락에 물집이 한두 개 생겼을 때는 정말 별거 아닌 줄 알았습니다. 좁쌀만 하고 투명한 게 딱히 아프지도 않았거든요. 그래서 바늘로 터트렸는데,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며칠이 지나자 물집은 손가락 한 마디에서 전체로 번졌고, 개구리알처럼 촘촘하게 올라온 모습이 너무 ..
씻어도 없어지지 않는 귀 뒤 냄새, 혹시 경험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도 처음엔 그냥 세정이 덜 됐나 싶어서 더 꼼꼼히 씻었는데, 어느 날 귀 뒤를 만지다가 딱딱한 멍울이 잡혔습니다. 여드름인 줄 알고 방치했다가 결국 노란 액체가 줄줄 흐르는 경험을 한 뒤에야, 이게 그냥 여드름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게 바로 피지낭종이었습니다.귀 뒤에서 냄새가 난다면? 피지낭종의 발생원인저는 얼굴은 수분이 부족해서 매일 보습에 신경을 쓰는 악건성 피부입니다. 그런데 같은 몸이면서 귀 뒤쪽에는 피지낭종이 생겼다는 사실이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부위마다 피지 분비량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게 꽤 당혹스러웠습니다.피지낭종(Epidermal Cyst), 또는 표피낭종이라고도 부릅니다. 여기서 표피낭종이란,..
몇 해 전 여름, 회사 식당에서 동료들과 점심을 먹고 나서 그날 오후를 통째로 화장실에서 보낸 적이 있습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니라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동료들 모두 똑같은 상황이었고, 결국 다 같이 병원에 실려 가다시피 했죠. 그때 처음으로 식중독이 얼마나 갑작스럽고 고통스러운 질환인지 몸으로 깨달았습니다. 8~9월 두 달 동안 연간 식중독 환자의 약 절반이 집중된다는 사실에, 미리 알고 대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도 가끔 생각합니다.단체 식중독을 겪고 나서야 알게 된 원인균의 정체그날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이 "아마 살모넬라균이나 포도상구균 쪽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을 때, 저는 그게 뭔지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식중독이라는 말은 익숙했지만, 원인균이 이렇게 종류별로 나뉜다는 건 그날 처음 ..
땀이 줄줄 흐르는 한여름, "땀이 많이 나는 게 더 위험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저는 정반대 상황에서 크게 놀란 적이 있습니다. 오히려 땀이 멈췄을 때, 얼굴이 토마토처럼 빨개졌을 때가 진짜 위기였습니다. 일사병과 열사병, 이 두 가지는 이름은 비슷하지만 생사를 가를 수도 있는 전혀 다른 질환입니다.일사병과 열사병, 뭐가 다른가일사병(heat exhaustion)이라는 말, 흔히 "더위를 먹었다"고 표현하죠. 저도 그게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일사병과 열사병은 같은 온열 질환 계열이면서도 위험도가 극단적으로 다릅니다. 실제로 이 둘의 차이를 제대로 알고 있었다면, 저 역시 그날 더 빠르게 움직였을 겁니다.일사병은 강한 햇빛 아래 오랜 시간 노출되어 과도한 발한(發汗), 즉 땀을..
작년 여름, 저희 가족은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놓고 지냈다가 모두 감기에 된통 걸렸습니다. 열, 기침, 콧물, 두통에 몸살까지 총체적 난국이었는데, 알고 보니 감기가 아니라 냉방병이었습니다. 그런데 찾아보다 보니 신기한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냉방병'이라는 단어 자체가 우리나라에만 있다는 것입니다. 왜 그런지, 그리고 에어컨이 실제로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때부터 제대로 파고들었습니다.냉방병, 왜 우리나라에만 있는 단어일까냉방병을 영어로 검색하면 사실상 국내 자료만 나옵니다. 일부 번역 사이트에서는 'Air Conditioning-itis'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이 표현을 구글에서 검색해도 해외 의학 문헌에서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처음 이 사실을 알았을 때 저도 의아했습니다. 분명히 ..
길을 걷다가 건물 유리창에 비친 제 모습을 봤을 때, 솔직히 좀 충격이었습니다. 머리는 몸통보다 한참 앞으로 나와 있고, 상체는 전체적으로 구부정하게 말려 있었습니다. "저게 나라고?"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그 자리에서 바로 어깨를 펴고 턱을 당겼습니다. 정형외과에서 받은 검사 결과에서 이미 일자목이라는 얘기를 들었던 터라, 이제는 진지하게 교정을 시작해야겠다 싶었습니다.유리창 앞에서 멈춰 선 날, 거북목을 제대로 마주했습니다정형외과에서 경추 엑스레이를 찍었을 때, 의사 선생님이 "일자목이네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일자목이란 정상적으로 완만한 C자 커브를 그려야 할 경추가 일직선으로 펴진 상태를 말합니다. 여기서 더 진행되면 머리 전체가 몸의 중심선보다 앞으로 돌출되는 두부 전방 전위(Head Fo..